이차전지 소재 관련 공장에서 작업 중 발생한 수소 폭발 사고가 일어나 두 명의 근로자가 화상을 입었다.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의 안전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고개요
망간을 투입하던 중 옆의 용해조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2019년 7월, 충북의 첨단산업단지내 이차전지의 양극재용 전구체를 생산하는 A 기업에서 사고 피해자는 전구체 반응에 필요한 원재료를 용해하는 공정에서 작업중이었다.
용해 공정은 니켈(Ni)과 망간 (Mn)과 코발트(Co) 용해 공정으로 나뉘는데, 그날은 망간 용해 공정에서 작업을 시작할 차례였다. 망간 용해 공정에는 2개의 망간 용해조가 있었다. 작업자는 안쪽에 있는 1번 용해조에 크레인을 이용해서 망간 2t을 넣은 후, 연수 펌프의 조작 스위치를 눌러 연수 4,000L가 투입되도록 세팅했다. 연수 투입이 완료되자 망간과 연수의 투입량을 확인하기 위해 막대기를 집어넣어 수위를 측정했다. 그렇게 용해조의 수위를 확인한 후에는 황산 펌프의 조작 스위치를 눌러 황산 300L가 투입되도록 설정하고 현장을 정리했다.

사고 발생 당시 상황도
이번에는 1번 용해조 옆에 있는 2번 용해조에 망간을 넣기 시작했다. 그런데 망간을 넣기 시작한 지 5분여가 지났을 무렵, 갑자기 2번 용해조 내부에서 불꽃이 보임과 동시에 옆에서 ‘펑’ 하는 소리가 났다. 옆에 있는 1번 용해조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이었다. 폭발의 충격으로 1번 용해조의 황산 유입 배관이 파열되면서 파편이 튀고 황산이 쏟아졌다. 강한 산성을 띠는 황산은 한 방울만 튀어도 옷을 뚫고 피부까지 닿아 심각한 화상을 일으킬 수 있는 급성 독성물질이다. 황산이 몸으로 튄 것을 감지한 두 사람은 재빨리 뛰어나가 긴급 샤워시설에서 몸을 씻었다.
1번 용해조에서 화염이 치솟았고 PVC 배관 등에 화염이 옮겨붙으면서 화재는 계속됐다. 옥내 소화전의 호스를 이용해 물을 뿌리자 점차 화염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재해를 입은 작업자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심각한 화상을 입고 입원 치료를 받았다. 2번 용해조에 망간을 넣고 있었는데 왜 옆에 있는 1번 용해조에서 폭발이 일어났을까?
사고원인
사고가 일어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A 기업에서 생산하는 이차전지의 양극재용 전구체란 무엇인지, 그리고 전구체의 생산 공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세계 각국의 에너지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이차전지 산업은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같은 IT 기기는 물론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에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주류 이차전지는 리튬이온 전지인데, 기본적으로 리튬이온이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를 이동하는 화학적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다. 이때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이온의 이동통로 역할을 해주는 물질인 전해액과, 양극과 음극이 닿지 않고 전해액에 다른 물질이 침범하지 않도록 방어해주는 분리막이 필요하다. 그래서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을 리튬이온 전지의 4대 구성요소라고 한다. 이 4대 구성요소 중의 하나인 양극재의 전(前) 물질이 바로 전구체다. 전구체란 어떤 화학반응을 통해 A라는 물질을 만들 때, 최종 물질인 A가 되기 바로 이전 단계의 물질을 의미한다. 즉, 이차전지의 양극재용 전구체란 양극재가 되기 이전, 양극재의 원료가 되는 물질을 뜻한다. 전구체는 이차전지의 특성을 결정하며 리튬과 결합해 양극재가 된다.

리튬이온 전지의 구조
전구체는 니켈(Ni), 코발트(Co), 망간(Mn), 알루미늄(Al) 등의 금속을 사용해서 만드는데, 여러 가지 조합으로 만들 수 있다. 그중 A 기업이 만드는 것은 NCM 전구체*로, 니켈과 코발트, 망간을 주원료로 한다. NCM 전구체의 제조 과정은 우선 니켈, 코발트, 망간을 황산 등의 강산 용액에 용해시켜 금속 용액을 만든다. 만들어진 금속 용액을 혼합해 혼합 금속 용액을 만들고, 이 용액에 황산암모늄, 수산화나트륨 등을 혼합 및 교반하면 반응과 응집이 이뤄지면서 침전하게 된다. 이렇게 침전된 물질을 세척하고 건조하면 전구체가 완성된다
* NCM 전구체(NCM Precursor): 니켈(Ni), 코발트(Co), 망간(Mn)으로 이루어진, 양극재가 생성되기 이전 단계의 물질

NCM 전구체 제조 공정
사고는 첫 공정인 용해 공정 중 망간을 용해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화재 및 폭발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가 충족돼야 한다. 즉, 가연물과 점화원 그리고 공기(산소)가 필요하다. 먼저 가연물을 살펴보면, 1번 용해조에 투입된 망간(Mn)과 황산 (H2SO4)의 반응에 의해 수소(H2)가 발생했다. 수소는 인화성 가스로 폭발 범위가 매우 넓으며, 공기와 혼합되면 폭발과 함께 화재를 동반할 수 있는 물질이다. 망간과 황산의 반응으로 발생한 수소는 용해조 내부에 폭발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이 체류한 것으로 추정된다.
망간(Mn) 용해 화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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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산(300L) 및 망간(2t) 투입량과 용해 시간(약 5분)을 고려하면 수소 발생량은 약 10.3m3 로 추정된다.
사고가 발생한 1번 용해조에 인접해 있는 2번 용해조에 망간을 톤 백(Ton Bag: 1t 이상을 담을 수 있는 대형 마대)으로 투입하는 과정에서 망간 칩(Flake)의 충돌에 의해 스파크가 발생해 점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사고 당시 2번 용해조에서 망간 투입 작업을 진행했던 작업자는 2번 용해조 맨홀부로 화염이 방출돼 눈썹과 머리카락을 태웠다고 진술했다. 또 사고 후 사업장에서 망간 칩(Flake) 낙하 시 점화원으로 작동 가능한 원인이 있는지 실험한 결과, 낙하할 때 충돌에 의해 상당한 스파크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므로 2번 용해조에 투입중이던 망간 칩의 금속 마찰이 점화원이 돼 2번 용해조에서 최초로 점화됐고, 이후 덕트를 통해 연소가 진행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1번 용해조에서 발생한 수소와 2번 용해조의 점화원은 어떻게 만났을까? 사고가 일어난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고로 1번 용해조의 뚜껑이 탈락했고, 배기 덕트가 날아갔으며, 세정탑(스크러버, Scrubber) 본체가 파손됐다. 그중 세정탑에서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발견됐다. 세정탑은 액체를 이용해서 가스 속에 부유하는 고체 또는 액체 입자를 포집하고 정화하는 장치다. 용해조에서 수소와 황산 증기가 발생하면 세정탑에서는 황산 증기를 처리하고 수소는 외부로 배출한다. 그러나 사고후 파손된 세정탑의 내부를 확인한 결과, 충진재 및 충진재를 지지하는 철망에 찌꺼기(슬러지)가 심하게 끼어 있고 배기 라인의 대부분이 막혀 있는 상태였다. 배기 효율이 현저하게 저하돼 용해조에서 발생한 수소가 정상적으로 세정탑을 통해 배출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A 기업은 공정안전보고서 작성 지침 중 ‘설비 점검∙검사 및 유지∙보수 계획’에 따라 세정탑이 정상 기능을 유지하도록 주기적으로 점검해 세정탑의 상태(덕트 막힘, 충진재 막힘 등)를 확인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A 기업이 세정탑의 내부를 점검하고 찌꺼기(슬러지)가 심하게 발생한 충진재를 교체한 것은 2016년 말이 마지막이었다.

사고 당시 폭발로 파손된 세정탑(스크러버)

세정탑(스크러버) 내부 충진재 지지 철망과 충진재

찌꺼기가 끼어있는 세정탑(스크러버) 내부 충진재
A 기업이 설치한 세정탑의 용량은 2019년 3월 증설분을 포함한 용량 계산서를 확인한 결과 1, 2번 두 용해조에서 발생한 수소를 배출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므로 만약 세정탑 내부에 있는 충진재의 상태를 적정한 주기로 점검해서 발생하는 수소를 충분히 배출할 수 있도록 세정탑을 관리했더라면, 1번 용해조에서 생성된 수소가 용해조 내부와 배기 덕트 내에 체류하면서 덕트로 연결된 2번 용해조로 확산돼 폭발분위기를 형성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A 기업의 공정안전보고서 공정안전자료에는 망간 용해 공정에서 수소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위험성평가 및 예방대책은 수립하지 않았다. 안전운전절차서에도 수소 발생에 대한 위험 요인을 반영하지 않아 작업자들이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용해조에서 발생하는 수소는 인화성 가스로 발생량 및 환기량을 고려해 용해조 내부 및 주변 장소에 대해 폭발위험장소로 선정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또 용해 공정의 작업을 시작하기 전 또는 작업 중에 수소 발생에 따른 위험성 (수소의 체류 위험, 마찰에너지 위험)을 반영해 안전 운전절차서를 작성하고 이행할 필요가 있었지만 이 모두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 결과는 사고로 이어졌다. 사고 이후 A 기업은 사고 공정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작업 방법을 개선하고 작업 매뉴얼을 보완하는 등 시스템에 대한 보완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망간을 투입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스파크를 방지하기 위해 작업 표준을 바꿨다. 즉, 물을 먼저 투입하고 망간을 투입한 후 황산을 투입해 충돌에 의한 스파크가 발생하지 않는 작업 방법으로 변경한 것이다. 또 세정탑 내의 충진재 크기를 키워 찌꺼기(슬러지)에 의한 막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충진재 막힘 확인용 차압계를 설치해 주기적으로 막힘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세정탑이 적절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 방법을 강화했다. 그리고 덕트에 풍속계를 설치해 풍속이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이상 시 알람이 울릴 수 있도록 했다.
리튬이온 전지의 제조 과정에 잠재된 위험성
정부는 이차전지 산업 육성을 위해 특화단지 4곳(청주·새만금·포항· 울산)을 지정해 광물 가공부터 소재, 셀(배터리의 기초 단위), 재활용까지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밸류체인을 완결하고, 전고체·리튬황 등 차세대 이차 전지 개발을 강화하기 위한 기반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리튬이온 전지의 광범위한 사용과 대용량화에 따라 스마트폰 배터리 발화 사고와 전기차 화재 등 다수의 화재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리튬이온 전지의 화재 위험성, 즉 열폭주(Thermal Runaway)와 재발화(Re-ignition)라는 독특한 화재 특성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처럼 소비자가 사용하는 최종 제품에서 일어나는 사고뿐만 아니라 리튬이온 전지의 생산과 보관·취급하는 과정에도 여러 가지 위험성이 잠재돼 있다. 양극재와 음극재의 생산 과정 중 건조 공정 등에서 사용하는 인화성 물질 및 가연성 분진의 화재·폭발 위험성, 그리고 인화성 액체인 전해액의 생산 및 사용 과정에도 화재·폭발의 위험성이 있다.
이차전지 산업처럼 새롭게 대두되는 분야에 있어서도 위험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설비 유지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근로자로 하여금 사용하는 화학물질 및 부산물의 정보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며, 위험성을 반영한 안전운전절차서를 작성해 작업자가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더불어 신산업 분야일수록 위험에 대한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안전문화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근로자들이 산업 현장에서 기계, 설비, 장치 등에 어떠한 위험이 숨어있는지 알고, 주변 환경에 대해서도 위험을 느끼고 인지해야 한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과민하게 반응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낫다. 아무리 미래 먹거리라 할지라도 안전과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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